대통령의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국회 활동을 전면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늘(11월 25일) 대통령이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 특히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등원 거부, 의안심사 거부,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등 강경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국회가 '뇌사 상태'에 빠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선 대통령에게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여 야당과의 극한대립을 불러올 필요가 있었는가 묻고 싶다. 더욱이 이번 특검은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관한 것으로서, 그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비록 합법적인 권한행사라 할지라도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정치개혁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과감히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이 옳건 그르건 간에 정치권이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전면 포기하고 정치적 다툼에만 골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국민의 복리를 위해 나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 하여 아무 죄 없는 국민을 볼모로 삼는다면, 그러한 정치집단은 결국 국민의 외면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권한남용이라고 생각한다면, 당당히 이에 맞서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통령의 행동을 '반국민적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민생을 내팽개치는 폭거를 자행한다면, 어느 누가 그러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국회는 대한민국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을 법률로서 확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더욱이 현재 야당은 재의결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신중히 논의하고 국민의 여론을 들어본 후 진정 특검이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확신한다면, 적법절차에 따라 특검법이 재의결될 수 있도록 동료 정치인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러한 적법한 대응방법을 외면한 채 특정한 정치적 공방을 위해 사실상 국회 문을 닫는 과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자칫 국민을 볼모로 삼거나, 국민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다. 국민을 설득하려면 본연의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지금 대통령과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앞에는 산적한 민생현안은 물론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답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과 야당 모두 특검법 문제를 놓고 무한정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다. 나아가 '힘겨루기'에 빠져 국민복리를 등한시하고 국가경영을 방치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공히 존재가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치권에 관한 보도는 여야 막론하고 정치적 공방 아니면 폭탄발언이나 비리에 관한 것뿐이다. 그런데 한발 나아가 이제는 국회 문을 닫고 정치공방에 전념하겠다는 것인가. 현시점에서의 의정활동 중단은 충분한 명분이 없기에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정치권의 조속한 자세변화를 촉구한다. 끝.

2003. 11. 25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정상용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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