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소송 제도 등 주민참여제도를 즉각 도입하여,
주민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 주민투표법과 지방분권 특별법의 올바른 제정을 촉구한다 -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들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당시부터 표방해 온 지방분권의 첫단추를 꿰는 법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법은 지역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 필요성이 논의되어 온 것이고, 지방분권특별법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지방분권의 과제를 표명하고 지방분권을 위한 추진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의 내용을 보면,‘주민참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에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안)의 문제조항들을 수정,보완하고, 지방분권특별법에 주민소환, 주민소송제도의 도입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주민투표법과 지방분권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킴으로써, ‘참여와 분권’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을 보면 주민투표제도의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첫 번째로, 주민투표의 대상을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고 규정하여 조례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이상 주민투표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게 하는 등 주민투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중앙행정기관만이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나 지방의회가 지역주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정책결정사항에 대해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해 놓았다. 그러나 국가적 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는 어차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적 주민투표’로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따라서 지방의회나 지역주민들도 국가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자문적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기관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실시하는 주민투표로 전락할 것이며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서명숫자도 투표권이 있는 주민수의 20분의1 ~ 5분의1의 범위 안에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인구규모가 큰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만약 주민참여에 소극적인 지방의회가 서명숫자를 5분의1로 정한다면 서울, 경기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주민투표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한편 지방분권특별법(안)에서도 주민참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지방분권특별법(안)에서는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이 요구해 온 주민소환, 주민소송제도의 도입에 관해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각종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전횡을 자행하는 경우에 임기중이라도 주민들의 투표로 그 직에서 해임시킬 수 있는 것이 주민소환(recall) 제도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상의 행위에 대해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민에 의한 예산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민소송제도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제도는 지방자치제도의 필수요소로서 오랫동안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주민참여제도들이 도입된 지 오래이며, 그런 전제하에서 지방분권 작업도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이런 주민참여제도의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참여정부’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지방분권특별법(안)에 대한 토론 및 의견제시 과정에서 여러차례 주민소환, 주민소송 제도의 도입을 명시화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끝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참여이고, 주민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이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예산낭비가 만연해 있다',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도 결국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참여는 부진하고, 기득권 위주의 지역의사결정구조에서 여성들은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분권과정에서 지역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와 여성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분권의 출발점은 계층과 성별의 구분없이 모든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의 필수적인 주민참여 제도는 즉각 도입되어야 하고, 그 이외에도 다양한 주민참여제도의 도입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개별 분권작업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추진된다면, 지방분권의 열매는 지방기득권세력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고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방분권의 결과가 예산낭비,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주민참여의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들에 의한 감시와 견제, 참여가 보장되어야만, 지방으로 넘겨지는 권한이 올바로 행사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이 지방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인 보장책을 만드는 것은 지방분권의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가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입장에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을 성실하게 심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3. 11. 17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연합 녹색정치준비모임 대한YWCA연합회 문화연대 시민자치정책센터 참여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청년연합회(KYC)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행정개혁시민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성명서2]
지역관련 법안들은 제정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 국가균형발전법(안),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은
수정, 보완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이하 법안)과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이 상정되어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또,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이 입법예고 되어있다. 이번에 상정된 법안들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 간 불균형의 심화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권력과 권한의 집중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지역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의미를 갖는 중요한 입법안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입법취지와 법안자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내용 면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각 지역관련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수정보완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은 지나치게 경제 중심적인 내용을 넘어서 문화, 교육, 여성, 환경 등 다른 사회부문의 발전까지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적 자생력을 살려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하나.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재원조달 방식 면에서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청사와 그 일대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계획(40조)은 공간이 가지는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반문화적 행위이다. 따라서 법안에서 이 조항은 삭제해야 마땅하다.
하나. 입법예고에 들어간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은 특색 있는 지역산업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제출되었으나 실효성이 나타나기보다는 각종 규제완화 조치로 인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거나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법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법안의 전반적 기조가 문화, 교육, 환경 등 경제이외의 여타 사회부문이 상대적으로 배제된 지나치게 경제중심주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혁신’에 대한 개념 정의(2조 3호)와 이에 근거를 둔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위한 시책에 대한 규정(9조)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국가균형발전의 중심 축이 경제발전에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균형발전의 주체인 지역단위 설정에서도 법안은 기본적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데(6조 3항/18조),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는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광역과 기초간의 중층적 위계화 문제가 실재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의 자생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광역단위보다는 기초단위 중심의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광역 혹은 초광역 단위의 계획을 수립하는 방침을 정해야 한다. 또, 지역혁신협의회 구성에서 현재 법안은 지역토호들의 기득권 강화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따라 지역혁신협의회가 진정한 지역혁신을 위한 민주적 가버넌스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법안에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26조). 마지막으로, 자문기구로 규정되어 있는 국가균형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상정립이 필요하며(21조), 안정적인 국가균형발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별회계에 신규재원의 확보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32조/33조).
최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2조 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 개념에 대한 해석과 이에 대한 지역 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경기도와 여타 지역 간에 첨예한 갈등이 발생해, 종국에는 경기도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독자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 같은 태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지역이기주의이며 과잉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경기도와 일부 의원들의 자제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다만 법안이 담고 있는 균형발전대상 지역으로서의 ‘지방’에 대한 개념의 불합리성과 모호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불균형지표 설정을 통해 지역불균형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별 차등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법안 또한 수정, 보완해야 한다.
한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과 직, 간접적으로 연계된 법안으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 법률안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화의 해소,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본취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기본취지의 적절성에도 불구하고 재정조달 방식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청사와 그 주변일대를 매각한 비용을 신행정수도 이전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40조). 이는 세종로 일대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무시하는 반문화적인 발상이므로 그 조항은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본다. 또, 지난 10월 14일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이 입법예고 된 바 있는데 주 내용은 지역별로 몇 개 산업을 선정하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통해 지역적 특색이 있는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각 지역별 지역특구 신청현황을 보면 189개 지자체가 448개의 특구를 신청했고 그중 133개가 관광특구, 68개가 레저특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지역별 특화발전이라는 기본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사한 사업에 신청이 집중된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뿐더러 지역의 경제적 자생성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어 환경파괴와 교육, 의료부문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를 낳고 있다. 오히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되었거나 입법예고 중인 각종 지역관련법(안)들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 혁신․특성화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이는 지역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에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에 우리는 지역관련 법(안)들이 분권과 참여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본취지에 부합되게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에 상정된 법안을 전향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3. 11. 17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연합 녹색정치준비모임 대한YWCA연합회 문화연대 시민자치정책센터 참여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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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투표법과 지방분권 특별법의 올바른 제정을 촉구한다 -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들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당시부터 표방해 온 지방분권의 첫단추를 꿰는 법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법은 지역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 필요성이 논의되어 온 것이고, 지방분권특별법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할 지방분권의 과제를 표명하고 지방분권을 위한 추진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의 내용을 보면,‘주민참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에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안)의 문제조항들을 수정,보완하고, 지방분권특별법에 주민소환, 주민소송제도의 도입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주민투표법과 지방분권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킴으로써, ‘참여와 분권’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주민투표법(안)을 보면 주민투표제도의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첫 번째로, 주민투표의 대상을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고 규정하여 조례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이상 주민투표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게 하는 등 주민투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중앙행정기관만이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나 지방의회가 지역주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정책결정사항에 대해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해 놓았다. 그러나 국가적 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는 어차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적 주민투표’로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따라서 지방의회나 지역주민들도 국가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자문적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정책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기관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실시하는 주민투표로 전락할 것이며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서명숫자도 투표권이 있는 주민수의 20분의1 ~ 5분의1의 범위 안에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인구규모가 큰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만약 주민참여에 소극적인 지방의회가 서명숫자를 5분의1로 정한다면 서울, 경기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주민투표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한편 지방분권특별법(안)에서도 주민참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지방분권특별법(안)에서는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이 요구해 온 주민소환, 주민소송제도의 도입에 관해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각종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거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전횡을 자행하는 경우에 임기중이라도 주민들의 투표로 그 직에서 해임시킬 수 있는 것이 주민소환(recall) 제도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상의 행위에 대해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민에 의한 예산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민소송제도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제도는 지방자치제도의 필수요소로서 오랫동안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주민참여제도들이 도입된 지 오래이며, 그런 전제하에서 지방분권 작업도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이런 주민참여제도의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참여정부’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지방분권특별법(안)에 대한 토론 및 의견제시 과정에서 여러차례 주민소환, 주민소송 제도의 도입을 명시화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끝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참여이고, 주민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이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예산낭비가 만연해 있다',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이유도 결국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참여는 부진하고, 기득권 위주의 지역의사결정구조에서 여성들은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분권과정에서 지역의 다양한 계층의 참여와 여성들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분권의 출발점은 계층과 성별의 구분없이 모든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의 필수적인 주민참여 제도는 즉각 도입되어야 하고, 그 이외에도 다양한 주민참여제도의 도입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에 대한 여성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개별 분권작업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추진된다면, 지방분권의 열매는 지방기득권세력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고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방분권의 결과가 예산낭비,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주민참여의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들에 의한 감시와 견제, 참여가 보장되어야만, 지방으로 넘겨지는 권한이 올바로 행사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이 지방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인 보장책을 만드는 것은 지방분권의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가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입장에서, 주민투표법(안)과 지방분권특별법(안)을 성실하게 심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3. 11. 17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연합 녹색정치준비모임 대한YWCA연합회 문화연대 시민자치정책센터 참여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청년연합회(KYC)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행정개혁시민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성명서2]
지역관련 법안들은 제정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 국가균형발전법(안),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은
수정, 보완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이하 법안)과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이 상정되어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또,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이 입법예고 되어있다. 이번에 상정된 법안들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 간 불균형의 심화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권력과 권한의 집중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지역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의미를 갖는 중요한 입법안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입법취지와 법안자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내용 면에서도 미흡한 점이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각 지역관련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수정보완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은 지나치게 경제 중심적인 내용을 넘어서 문화, 교육, 여성, 환경 등 다른 사회부문의 발전까지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적 자생력을 살려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하나.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재원조달 방식 면에서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청사와 그 일대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계획(40조)은 공간이 가지는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반문화적 행위이다. 따라서 법안에서 이 조항은 삭제해야 마땅하다.
하나. 입법예고에 들어간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은 특색 있는 지역산업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제출되었으나 실효성이 나타나기보다는 각종 규제완화 조치로 인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거나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법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법안의 전반적 기조가 문화, 교육, 환경 등 경제이외의 여타 사회부문이 상대적으로 배제된 지나치게 경제중심주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혁신’에 대한 개념 정의(2조 3호)와 이에 근거를 둔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을 위한 시책에 대한 규정(9조)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국가균형발전의 중심 축이 경제발전에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균형발전의 주체인 지역단위 설정에서도 법안은 기본적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데(6조 3항/18조),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는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광역과 기초간의 중층적 위계화 문제가 실재하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의 자생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광역단위보다는 기초단위 중심의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광역 혹은 초광역 단위의 계획을 수립하는 방침을 정해야 한다. 또, 지역혁신협의회 구성에서 현재 법안은 지역토호들의 기득권 강화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따라 지역혁신협의회가 진정한 지역혁신을 위한 민주적 가버넌스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법안에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26조). 마지막으로, 자문기구로 규정되어 있는 국가균형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상정립이 필요하며(21조), 안정적인 국가균형발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별회계에 신규재원의 확보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32조/33조).
최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2조 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 개념에 대한 해석과 이에 대한 지역 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경기도와 여타 지역 간에 첨예한 갈등이 발생해, 종국에는 경기도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독자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 같은 태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지역이기주의이며 과잉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경기도와 일부 의원들의 자제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다만 법안이 담고 있는 균형발전대상 지역으로서의 ‘지방’에 대한 개념의 불합리성과 모호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불균형지표 설정을 통해 지역불균형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별 차등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법안 또한 수정, 보완해야 한다.
한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과 직, 간접적으로 연계된 법안으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 법률안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화의 해소,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본취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기본취지의 적절성에도 불구하고 재정조달 방식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서울 광화문 세종로 정부청사와 그 주변일대를 매각한 비용을 신행정수도 이전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40조). 이는 세종로 일대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을 무시하는 반문화적인 발상이므로 그 조항은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본다. 또, 지난 10월 14일에는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이 입법예고 된 바 있는데 주 내용은 지역별로 몇 개 산업을 선정하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통해 지역적 특색이 있는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각 지역별 지역특구 신청현황을 보면 189개 지자체가 448개의 특구를 신청했고 그중 133개가 관광특구, 68개가 레저특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지역별 특화발전이라는 기본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사한 사업에 신청이 집중된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뿐더러 지역의 경제적 자생성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어 환경파괴와 교육, 의료부문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를 낳고 있다. 오히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되었거나 입법예고 중인 각종 지역관련법(안)들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 혁신․특성화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이는 지역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에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에 우리는 지역관련 법(안)들이 분권과 참여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본취지에 부합되게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에 상정된 법안을 전향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3. 11. 17
<분권과 참여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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