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동의 없는 용산기지 반환 합의각서는 무효이다.
정부는 굴욕적 협상과 거짓발표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반환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상하라.
어제(10월 8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5차 회의'가 주한미군 용산기지 반환문제에 관한 이견 조율 실패 등의 사유로 결렬된 가운데 언론을 통해 1990년 당시의 용산기지 반환 관련 한미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의 내용이 공개되었다.
언론에 공개된 이들 각서의 내용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것으로서, 더욱이 이러한 각서 내용대로 할 경우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이전비용은 약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당초 국민들에게 제시한 이전비용의 10배 이상의 규모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이전비용을 우리가 전액부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비용규모는 최대 6조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조원과 6조원의 간극은 관점이나 산정방법의 차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양쪽 중 하나는 사실을 크게 왜곡하거나 근거없이 산출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합의각서 등의 내용을 볼 때 정부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부가 이들 각서 체결 후 당연히 국회 비준 등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함에도 일체 그러한 법적 절차를 이행치 않고 각서 내용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 제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굴욕적이라 할 정도의 불평등한 협상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무소신과 무능력은 물론 10년 이상 전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이 정한 국회비준 등 국민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데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국민동의를 얻지 않은 1990년 당시 용산기지 반환에 관한 한미간의 모든 협상결과물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정부는 용산기지 반환문제에 관해 원점으로 돌아가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불평등한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엄청난 국민부담을 초래할 협상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놓고도, 적법절차마저 무시한 채 10년 넘게 국민을 기만해온 당시 협상 담당자 및 정책결정권자, 그리고 사실은폐와 국민기만에 연루된 모든 책임자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국민에게 그 결과를 상세히 해명해야 한다.
셋째, 이후 용산기지 반환·이전문제에 관한 모든 협상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 등 국민대표기관의 상시적이고 실질적인 감사·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여전히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미군과의 불평등한 관계로 인한 행정문제와 민원이 끊이지 않는 등 주한미군 관련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차제에 주한미군에 관한 불평등한 규정, 관행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개선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끝.
2003년 10월 9일
「시 민 행 동」
공동대표 이필상 정상용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