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 정 서
0 진정인 :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이필상 정상용 지현)
0 피해자 : 전기·수도요금 연체를 사유로 강제 단전·단수조치를 당한 모든 자
0 피진정인 :
- 산업자원부(전기공급약관 인가권자)
- 한국전력공사(전기공급약관 제정·시행자)
- 요금연체시 강제단수 가능조항을 둔 수도조례등 수도공급규칙을 제정·시행하고 있는 모든 지방자치단체
진 정 취 지
진정인은 피진정인들이 요금연체를 사유로 강제 단전·단수조치를 할 수 있는 약관·조례 등의 규칙을 제정하고 실제로 피해자들에 대해 이를 시행한 행위가 피해자들의 생존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크게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기에 귀 위원회에 피진정인들의 위와 같은 강제 단전·단수가능 규칙 제정 및 시행행위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엄정한 판단과 시정조치를 구하는 바입니다.
진 정 이 유
1. 진정사건에 대한 설명
현재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피진정인 ②, 이하 '한전'이라 함)가 정하고 산업자원부(피진정인 ①, 이하 '산자부'라 함)가 인가한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부과·징수되며, 가정용 수도요금은 각 지방자치단체(피진정인 ③, 이하 '지자체'라 함)가 정한 상수도공급 관련조례(서울특별시의 '서울특별시 수도조례'의 예에 따라 이하 '수도조례'라 함)에 따라 부과·징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전기공급약관과 지자체 수도조례들은 공히 일정기간 이상의 요금연체시 강제로 단전·단수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전기공급약관 제15조(고객의 책임으로 인한 전기사용계약의 해지) ① 한전은 고객이 요금을 납기일로부터 2개월이 되는 날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전은 해지예정일 7일전까지 고객에게 요금납부를 최고합니다.
- 이하 생략 -
* 서울특별시 수도조례 제31조(정수처분) ① 시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급수를 정지(이하 "정수처분"이라 한다)할 수 있다.
1. 수도요금·수수료·공사비 기타 이 조례에 규정한 징수금을 독촉을 받고 지정한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아니한 자 (개정 200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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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실제 일정기간 전기요금 또는 수도요금을 내지 못한 가구에 대해 강제 단전·단수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진정인은 이같은 강제 단전·단수조치가 피해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는 피해자의 생존 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는 준 폭력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2. 강제 단전·단수조치의 인권침해 요소
가. 피해자의 생존권에 대한 침해
강제 단전·단수조치는 현대사회에서 피해자의 생존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하며, 특히 가정용 전기·수도의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전기와 수도는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보아야 합니다.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일체의 문명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식수를 조달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개인으로서는 전기와 수도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구할 방법도 없습니다. 따라서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존의 최소조건을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가정용 전기·수도가 공급되지 않을 때 그 가정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음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입니다.
생존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는 모든 인간의 절대적 권리이며, 국가의 제일의 존재이유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녕을 보호하는 데 있음을 고려할 때 하물며 이용요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생존의 필수조건을 박탈하는 조치가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나. 피해자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침해
강제 단전·단수조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34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하물며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에 대해서도 국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조건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로 피해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때 강제 단전·단수조치는 피해자가 이러한 헌법적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최소조건을 박탈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헌법은 제37조 제2항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바, 피해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큰 강제 단전·단수조치가 이용요금 징수 정도의 목적을 위해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적 의무 방기
전기와 수도공급은 현대사회에서 생활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국가는 모든 국민이 양질의 충분한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즉 전기와 수도공급은 국가의 의무이며, 모든 국민은 국가에 이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인 산자부와 각 지자체들이 현재와 같이 요금연체시 강제로 전기·수도공급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인가해주거나 스스로 제정·시행까지 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타당한 사유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인권침해행위라고 판단됩니다.
라. 정당한 채권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행위
진정인은 피진정인들의 채권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거나 권리행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강제 단전·단수조치는 피해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큰 것이므로 정당한 채권자의 권리행사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피진정인들의 채권자로서의 권리가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타인의 생존권 및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허용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피진정인들의 채권자로서의 권리는 그에 합당한 방법으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의 강제조치라도 채권확보 목적에 합당한 범위내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채무자의 인신을 구속하거나 위협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은 허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신체건강과 생명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는 강제 단전·단수조치를 피진정인들이 손쉬운 채권확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주를 벗어난 부당행위로서 시급히 금지 내지 개선되어야만 합니다.
3. 결 론
이상과 같이 진정인은 피진정인들이 제정·시행중인 요금연체시 강제 단전·단수조치 가능규정은 ① 피해자들의 생존의 필수조건을 박탈하는 심각한 생존권 침해행위이고, ②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행위이며, ③ 피해자들이 국민으로서 국가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전기·수도를 공급받을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가 그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④ 채권자의 손쉬운 권리행사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채무자로서 져야 할 책임범위를 벗어난 기본권 침해 감수까지 강요하는 부당행위로서 마땅히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폐지 내지 개선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귀 위원회의 엄정하고도 신속한 판단과 시정조치를 구하는 바입니다. 끝.
국가인권위원회 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