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은 정치자금 공개를 '대통령 제안'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적 요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오늘(22일) 한나라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통령이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전면공개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거부의사를 공식표명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민주당 대표의 비리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한 불순한 정치공세로 평가절하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 제안을 한 의도가 민주당 대표의 비리혐의가 드러난 상황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호도하기 위한 데 중점이 있는지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제안이 상당한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입을 모아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즉각 전면공개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통령의 본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정치자금 공개와 정치자금제도 개혁 등 그 제안에 담긴 내용은 이미 오랫동안 표출되어온 국민적 요구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모두 그러한 요구를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논하지 말고 국민적 요구에 답하는 자세로 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모두 지금까지의 수동적,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정치자금 공개와 정치자금제도 개혁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미 국민적 관심이 된 대선자금 공개와 정치자금제도 개혁작업에 미온적, 비협조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반개혁적, 반국민적 정치집단으로 낙인찍는 꼴이 될 것이다.
반면 민주당등 여권이 앞으로 정치자금 공개나 정치자금제도 개혁작업에 생색내기 수준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진정한 의지도 없이 '난국 타개'를 위한 일시적 여론몰이에 국민의 염원을 악용했다는 비판과 분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대통령 얼굴 보고 정치할 생각 없고 국민 쳐다보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권은 정치자금 공개 문제에 대해 이를 대통령의 제안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적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누가 먼저 말했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천으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민주당이 먼저 일부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역시 국민의 요구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 될 것 같다.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정치자금 공개와 정치자금제도 개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먼길을 가야 하며, 넘어서야 할 장벽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 전체가 그 길에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이번 대통령의 제안과 민주당의 빠른 움직임이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정대철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조속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져야만 하며, 민주당에서의 '법무부장관 해임결의안 검토'와 같이 검찰에 압력을 가하려는 듯한 언행이 재발되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국민들은 고위정치인의 비리사건과 정치자금 개혁문제를 냉정히 구별해서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3. 7. 22.
시민행동 공동대표 이필상 정상용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