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의 '노동운동에 공동 강경대응' 입장 표명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정부의 유럽식 노사모델 검토에 반대한다, 우리 실정에는 한국식 모델이 적합하다', '앞으로 노조 파업 등 노사문제 현안에 대해 재계가 공동으로 강경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당혹감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날 전경련 고위간부는 '일체의 파업기간중 임금보전 조치를 없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확립시키겠다', '노조가 전국조직으로 뭉쳐 있는 것처럼 재계도 노사문제에 힘을 합쳐 공동대응하겠다', '최근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원칙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대응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등 매우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여 양 노총등 노동계 역시 전경련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번 전경련의 입장표명은 사실상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재계가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면 노동자측의 투쟁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성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와 비견될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위한 주요방안 중 하나로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조속한 노사정 대타협'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재계의 대표적 조직인 전경련이 이처럼 '힘에는 힘으로 대처하겠다'는 식의 강경입장을 표명한 것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재계의 이러한 태도는 즉각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강경노선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노사 양측의 극한대립 속에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가 회생의 길을 찾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상황을 볼 때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 현실을 방치할 경우 경제가 더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크게 후퇴할 수도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줄 안다.
그렇기에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노사문화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계속 내왔었고, 최근 정부에서도 이른바 '네델란드식 노사모델'등 새로운 노사문화 모델을 검토중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전경련등 재계와 노동계 모두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전에 새로운 노사정 모델을 거부하거나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여 극한대립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우선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고,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국가경제부터 살려내자는 대원칙하에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여 타협점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전경련등 경제계와 양 노총등 노동계, 그리고 정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전경련등 재계는 이번 강경대응 입장이 본의와 무관하게 결국 노사대립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기존입장을 철회 내지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경제인들의 사회적 책무를 상기하여 보다 장기적이고 성숙한 관점을 가지기 바란다.
둘째 노동계는 이번 재계의 강경입장 표명을 섣불리 '투쟁의 호기'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보다 긴 호흡을 갖고 대응해주기 바란다. 지난 외환위기 때 체험했다시피 국가경제 파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들이다. 어려운 시점에 노동계가 보여주는 성숙한 자세는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재계 및 노동계의 이러저러한 반응에 지나치게 동요하거나 과잉대응하지 말고 광범위한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장기적 안목의 노사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으면서도 차분하게 정책을 추진해나가기 바란다. 만에 하나 국가경제 파탄 상황이 초래될 때 궁극적 책임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 결정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의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