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시민행동>의 입장

정부는 임기응변식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공무원연금제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안을 제시하라.

2000. 10. 9

1. 공무원연금제도는 왜 개혁되어야 하는가?

1960년부터 시행된 공무원연금은 1995년까지 5조원의 가량의 기금을 적립하였으나, 1995년에는 적자로 반전되면서 올해만 기금재정수지가 1조 8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났고 내년에는 9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연금부족액을 보전해 주기 위해 올해 예산(재특회계)에서 1조 2천억원을 융자해 주었고, 내년부터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통해 매년 연금부족액을 정부가 편법이 아닌 합법적인 방법으로 직접 지원해 줄 계획이다.(내년도 공무원연금 정부가 내는 법정분담금 외에 정부 지원액은 약 8천 6백억원이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악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책임준비금(가입자 및 연금수급자의 탈퇴시 지급해야 되는 급여액으로서 보유해야만 하는 금액)을 살펴보면 98년 말경에 75조로 추산되었고, 이 금액에서 적립기금(약 4천 8백억원)을 제외한 부족책임준비금은 70조에 이르렀다. ‘저부담・고급여’의 기형적인 연금제도하에서 발생한 누적부채인 책임준비금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금개정과 상관없이 엄청난 규모의 세대간 부채이전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연금체계 하에서는 급속히 증가하는 연금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내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작년 8월에 나온 KDI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기존의 제도하에서는 공무원연금재정수지가 매년 1조원 이상씩 적자가 나며, 2010년경에는 6조원, 2030년경에는 100조원, 2050년경에는 250조원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며 연금재정 개혁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고하였다.

이토록 공무원연금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부담・고급여’라는 공무원연금제도의 결정적인 결함과 정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잘못된 제도 운용과 방만한 기금 운용 때문이다.

현재 퇴직공무원이 사망시까지 받는 연금 급여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그 총액이 재직기간에 납부한 보험료 납입액의 3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공무원연금지급개시연령에 대한 제한이 없어서 20년만 가입하면 퇴직직전 최종보수의 50% 이상을 매달 지급 받는다. 고위관료의 경우 퇴직후 연금을 받으면서 정부산하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월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보험료 수준을 1970년대 이후 동일한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함으로써 연금재정자립도가 매우 취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방만한 기금운영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최근 공무원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10% 전후로 민간기관보다 낮은 수준이며, 98년에는 주식가격 하락으로 크게 낮아졌었다. 또한 연금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골프장 운영, 휴양시설 건립, 부동산 투자 등도 연금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연금개혁이 시급한 시기에 늦장을 피워 일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정부의 연금제도개선 추진 실적도 국민의 혈세낭비에 일조하였다. 98년 IMF의 경제위기로 인해 공무원연금의 부실화 문제가 크게 대두되자, 이에 정부는 1999년 초에 ‘공무원연금제도개선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하면서 KDI에 연구용역을 위탁하였다. 그리고 4월에 용역보고서를 넘겨받아 5월부터 각계의견을 수렴해 99년 정기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제도의 구조개선 방안’ 보고서가 1999년 8월에 제출되었고, 올해 6월 30일에 ‘공무원연금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렸으며 10월 9일에서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심각한 공무원연금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제도 개선을 했어야 하는데 정부의 무능력과 4・13 총선 시기에 100만 공무원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행보로 인하여 막대한 손실을 추가로 발생시킨 것이다.(실제 시민행동이 작년 말 KDI용역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했을 때 행자부는 KDI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미공개하였지만, 올 6월에 발표된 정부 시안은 작년에 나온 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2. 일시적 미봉책도 안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문제점

10월 9일 당면한 공무원연금 재정 부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공무원연금 개선안의 핵심 내용은 미래의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재정악화의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저부담・고급여의 연금 수급자들이 고통을 분담하여야 한다. 기존 수급자의 기득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국민부담,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이 막대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금제도개선의 종합적인 대책안이라고 내놓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제도개혁의 효과가 상당히 들어있는 KDI안이 거부되고 저부담・고급여의 수혜를 받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이해를 대폭 반영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어야 하는데, 일시적 미봉책조차 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연금법을 개정하게 될 것이고, 납세자의 세금만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지원될 것이다.

정부의 개정안은 KDI가 제시한 두가지 안인 (1안) 공무원연금 및 퇴직수당제도를 국민연금 및 민간퇴직금 수준과 점진적으로 일치시키는 방안과 (2안) 현행제도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중 후자를 선택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와 공무원의 비용부담율 인상, 연금지급개시연령제 단계적 확대, 물가연동제 도입, 급여산정기준보수 개정, 고소득자에 대한 연금 감액지급, 기타 보완 제도 등이 KDI가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용부담률 인상의 경우,
KDI가 제시한 안은 기존의 정부와 공무원이 7.5%씩 부담하던 것을 법개정 후 3년마다 1%씩 단계적으로 10.5%로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개정안을 보면 연금 보험료를 기존보다 1.5% 인상된 9.0%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막대한 연금재정 부족분을 결국 납세자의 혈세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연금지급개시연령제 단계적인 확대의 경우,
KDI안은 현행 퇴직직후부터 지급하던 것을 52세로 제한하고 2년마다 1세씩 인상하여 2016년부터 60세가 되도록 하는 것이지만 정부안은 법개정을 통해 50세로 제한하고 2년마다 1세씩 60세까지 인상한다는 것이다. KDI안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제도의 지급개시연령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크게 미흡한데 정부안은 오히려 더욱 후퇴한 것이다.

물가연동제도입의 경우,
KDI안은 현행 재직자 보수 기준 연동에서 물가상승률 기준 연동(법개정후 모든 급여지급분에 적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KDI안을 받아들였지만, 기득권 보장을 위해 물가상승률과 보상인상률이 현격하게 차이날 경우 연금재정상황을 고려하여 5년주기로 연금액을 재조정하는 제도를 첨가하였다.

연금산정 기준보수 개정의 경우,
KDI안은 기존의 퇴직직전 최종보수월액 기준을 재직기간 평균 보수월액 기준으로 단계적 조정(법개정후 가입분에만 적용)을 제시하였으나, 정부안은 퇴직 전 3년 평균보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부담・고급여의 구조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기존의 연금산정 기존보수의 문제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박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연금 감액지급의 경우,
KDI안은 기존의 정부산하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할 경우 50% 삭감을 전 직종으로 확대(법개정 후 신규 퇴직자부터)한다고 제시하였으나, 정부안은 이 제도를 자영업자 소득파악 문제 등을 감안하여 시행시기를 5년 유예하는 것으로 늦추었다. 자영업자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퇴직공무원들의 정부산하 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 뿐만 아니라 퇴직 전 업무와 관련된 유관기관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당장 확대 적용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기득권 층의 이익을 챙겨주려는 정부의 노력을 곳곳에서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연금부족액을 다수의 국민들과 미래의 수급자에게 전가시키는 함량미달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한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받은 KDI 개선안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3. 시민행동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한 입장
-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지마라!

정부는 개정안 입법예고에 앞서 공무원연금의 부실화와 문제점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했다. 이를 통해 공무원 연금의 안정화를 위해 기존 수급자, 미래 수급자들이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속에서 국민의 세금이 연금재정수지 건전화를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데, 그 동안의 경과를 보건대 오히려 정부가 기득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왔다.

올초 세계은행(IBRD)은 4대 공적연금 중 공무원연금을 가장 부실한 연금으로 지목하며, 보험료 인상, 연금액 삭감 등 전면적인 개혁 추진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입법안을 보면 연금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공무원연금 부실화에 따른 연금부족액을 정부예산(국민의 세금)에서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올해 정부예산에서 공무원연금기금에 융자해준 1조 2천억원을 되돌려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매년 수조원씩의 혈세를 공무원연금의 부족분 충당에 사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지원의 원칙은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을 전제로 하여 현재 수급자와 미래의 수급자 간에 부담의 형평성을 최대한 살리고 아울러 부담재원별 전가와 귀착을 철저하게 고려하여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재정 균형을 조속히 달성하고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

공무원연금이 저부담・고급여의 모순을 낳게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 공무원의 급여가 일반 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에 때문이다. 정부는 공무원 급여를 현실화시키고 이를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에 공무원 급여를 중견기업수준대비 95.3%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안(연초 6.7% 보수인상 : 민・관 격차해소분(1.7%) + 민간임금상승율)과 성과상여금 지급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2004년까지 100% 수준으로 공무원 급여를 현실화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계획을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의 근본적인 개혁 추진과 더불어 공무원연금의 부실화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책임준비금 부족액과 연금수급계획 등 연금재정 현황과 계획, 부실화된 연금기금의 정상화 대책 마련,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 계획 등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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