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기념식장 사건'을 이유로 한총련 합법화 및 수배해제 논의를 중단하거나 후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식장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시위로 대통령의 기념식장 입장이 늦어지는 등의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야당 및 주요언론이 연일 '국가기강 해이', '특단의 대책 필요'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주무장관 등 정부측에서도 '난동자 엄중처벌', '한총련 합법화 논의 중단' 등 강경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5.18 기념식장 사건'은 유감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사건을 이른바 '난동'으로 규정하고, 한총련을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집단인 양 매도하는 것은 분명히 과장된 것이다.
한총련은 혈기왕성한 젊은 대학생들의 조직이다. 최근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관해 '지나친 저자세 외교'라거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역행한 외교'라는 등의 사회적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젊은 대학생들이 나름대로 울분에 차있었으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한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건이 확대된 측면이 큰 것이다. 한총련도 사건발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날의 상황이 우발적으로 전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도리어 사건을 과장하여 해석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총련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검거와 한총련 합법화 논의 중단 등 초강경 입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 직전까지도 한총련 합법화 및 수배해제 등 일련의 전향적인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천명해 왔는데, 우발적 요소가 강한 사건 하나를 이유로 갑자기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숙하지 못한 자세이며,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는 '5.18 기념식장 사건'을 이유로 한총련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벌이거나 현정부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온 한총련 합법화 및 수배해제 등 논의를 중단 내지 후퇴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고자 한다. 정부는 '5.18 기념식장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석하여 거시적 안목을 갖고 논의해온 정책방향을 급선회하는 경솔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야당과 주요언론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학생들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 정치적 고려나 순간의 흥분을 자제하고 보다 거시적이고 성숙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