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의 원칙 실종된 국회, 예산안 심의, 이렇게 밖에 못하나?
- 국회법 개정통해 예결위 상임위화라도 합의해야 -

지난 12월 13일 2009년도 예산안이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올해의 국가 재정에 비해 내년도에는 약 22조원 가량이 증가한 217조 5,000억원(순계기준) 규모다.

정부와 여당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유로 야당과의 제대로 된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전 협의된 내용마저도 무시한 채로 내년도 예산안을 시급히 처리하였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 역시 예산 심의 기간 초반에만 민생관련 예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을 뿐, 결국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통과 일정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실제 심의 과정에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 채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할 뿐이었다.

SOC관련 예산의 과도한 증액, 지방 재정의 위기, 사회통합을 위한 예산의 부실, 국가 채무의 증대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2009년 예산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한 심의는 없이 오히려 정당 간의 힘싸움으로 일관하다가 마지막에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지대로 예산안이 통과된 꼴이 되었다.

18대 국회의 첫 번째 예산안 심의는 각 위원회가 사전 심의를 끝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어 이중적 구조로 예산 심의 단계를 만들어 놓은 취지를 무색케 했다.
또한, 12월 2일이라는 심의 일정을 맞추지 못해 일정을 연장했음에도, 제대로 된 심의를 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리하게 일정을 확정해 합의되지 못한 예산안을 강제로 통과시키는 등 연례적인 문제가 올해도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결국 18대 국회는 제 역할을 하는 정당은 사라지고 단순히 힘겨루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인 채로 첫 번째 정기국회를 마감한 것이다.

국회 스스로 예산안 심의 과정의 형식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예결위 상임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는 매년 반복되어 온 것으로 예산안의 중요성보다 예산을 통한 당 또는 개별 의원의 정책 구현을 위해 필요한 도구로 활용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시민사회단체는 예결특위 상임위화를 통해 예결위원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고 예결특위 업무에 집중하도록 다른 상임위의 겸임을 금하여 정부의 예결산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주장해왔다.
만일 18대 국회가 예산안 심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고 국회법 개정을 통한 '예결위 상임위화'를 국회개혁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예산안 통과 이후 국회는 또다시 법안 처리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남아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각종 감세법안과 함께, 기업규제 완화, 한․미FTA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연내에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경우, 다시 한 번 심의 과정에서의 저지를 얘기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그간 민주당의 태도를 봤을 때 신뢰를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

18대 국회가 경제 불안과 민생 불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힘싸우기만을 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심의를 통해 국민이 믿을 만한 법안을 생산하고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기 위한 제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08. 12. 16

공동대표 윤영진 지현 박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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