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규탄 성명서

노동악법들이 여야의 야합으로 통과된 지난 22일, 또 하나의 악법이 국회 본회의를 함께 통과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정부의 검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정부가 인터넷 상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가득차있다. 개정안 통과는 국민의 귀와 입을 틀어막으려는 정부와 여야 등 권력집단들의 야합에 다름아니다.

인터넷 실명제, 세상에 본인 확인을 하고 글을 쓰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개정안은 공공기관과 주요 포털 및 미디어 사이트를 대상으로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였다.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은 이미 수도 없이 지적된 바 있다.
익명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다. 일부 포털 게시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전 국민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이 본인 확인을 받고 글을 써야한다는 말인가? 실명제 도입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게시판 상의 명예훼손 등의 문제도 그 근본원인이 사실 ‘익명성’에 있지 않다. 이미 자체적인 실명 확인을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에서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소위 “개똥녀” 사건 등은 오히려 해당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극대화된 사건이다. 정보통신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기만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주요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는 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제도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한다.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는 이용자의 기본정보 뿐만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메일, 게시판의 글, 관심사, 전자상거래 기록 등 개인에 대한 매우 폭넓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들이 본인 확인과 연결되었을 때, 포털 사이트에 의해 야기될 프라이버시 침해는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이미 방대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기관 및 내부자의 악의, 혹은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개인정보 피해사례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개정안은 어떠한 ‘본인 확인’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명시하고 있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개정안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조 방식’이 이용될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리니지 사이트에서의 대량 명의도용 사태에서 보듯, 이 방식은 악의적인 명의 도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방식이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본인 확인 방법을 제안한다면, 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정보통신부 장관 삭제명령권은 진보적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던 ‘불법통신의 금지’ 조항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근거 조항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가져오면서, 정부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권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실상 자의적인 ‘검열’을 자행해왔다. 우리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역시 일정한 조건 하에 제한될 수 있음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사법적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불법정보’라는 자의적인 판단 하에 시정요구를 해왔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허울뿐인 민간기구인 ‘검열기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해왔다. 누가 그들에게 타인의 표현을 삭제할 수 있는 ‘사법적 판단’의 권한을 주었는가?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오랜 투쟁 끝에 영화에 대한 검열도 폐지된 마당에, 어찌 인터넷에서는 아직도 구시대적 검열이 횡행한다는 말인가?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등에 대해 정보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리고 이를 심의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불법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에 대해 불응했다는 이유로 게시판 운영자 등에서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진보적 사회운동과 정부에 대한 비판 활동을 무력화하겠다는 정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북한 관련 게시물이나 정부 비판적인 게시물에 대해 터무니없는 시정요구를 해왔다. 이제 권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장관 명령을 통해 반드시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터져 나오는 민중들의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권력자들임을 이번 개정안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을 자신들의 감시와 통제 하에 가두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을 전면 거부할 것이며, 인터넷의 자유가 확보될 때까지 전 민중과 함께 투쟁해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 인터넷 통제법안을 전면 재개정하라!
- 인터넷 실명제를 즉각 폐기하라!
-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부의 자의적인 인터넷 검열을 즉각 중단하라!

2006년 12월 27일

공공의약센터,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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