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과 경향신문 공동기획으로 주민발의(조례제정및개폐청구)제도의 성과와 한계, 전망을 짚어보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제4대 지방의회 기간(2002년 7월~2006년 6월) 중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청구현황과 결과를 모두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물인 만큼 앞으로도 유용한 자료로 쓰였으면 합니다. 시민행동의 조사보고서 본문은 파일로 첨부되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주민발의제 4년 점검] 주민 위해, 주민이 지역사회 바꿨다
2003년 인하병원과 성남병원이 잇달아 폐업했다. 성남시에는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게 됐다. 성남 시민들은 직접 시립병원 설립에 나섰다.

성남 시민들은 1만8천5백25명의 서명을 받아 ‘성남 시립병원 설치조례’를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 의회는 조례안의 타당성 부족과 자료 부실을 이유로 심의도 하지 않고 폐기했다. 조례안 제출과 부결이 반복되었다. 3년간 3번의 도전 끝에 지난 3월 조례가 통과됐다. 성남시는 시유지 1만평에 2011년 개원을 목표로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을 계획이다.

조례 통과운동을 주도한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김현지 국장은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인 것이 조례 통과가 가능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주민발의 조례가 지역사회를 바꾸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본래 취지에 걸맞게 각종 지역 현안을 주민이 발의한 조례를 통해 풀어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향신문이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함께 제4대 지방의회(2002년 7월~2006년 6월) 회기 중 주민이 발의한 조례를 조사한 결과, 총 123건 중 66건이 의회를 통과했다.

123건의 주민발의를 위해 총 1백37만9천9백26명이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학교급식에 관한 조례가 가장 많은 94건을 차지했으며 98만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밖에 영유아보육조례 10건, 공동주택 지원 4건, 시립의료원 설치 2건 등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례가 대부분이었다. 제주 주민들이 발의해 제정한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조례’는 제주 사회 자체를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제주도내 55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연대’는 1만1천여명의 서명을 받은 ‘친환경급식 조례안’을 2004년 1월 제주도의회에 제출, 그해 5월 도의회 의결을 얻어냈다.

조례 통과 후, 친환경농산물 재배농가수가 대폭 늘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한 제주도내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가는 2003년 646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현재 875가구로 늘었다. 농산물 품질인증 농가도 2,023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핵심산업인 ‘4+1 전략’에 관광, 의료, 교육과 더불어 ‘친환경농업’을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다.

주민조례 발의가 법률 제정까지 이끈 경우도 있다. 2004년 4월 광주광역시 의회가 주민들이 발의한 주민소환제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조례의 모법(母法)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확인 소송이 제기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무효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올해 5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광명시에선 숙박·위락시설로부터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거리 기준을 30m에서 50m로 늘리는 도시계획조례를 주민들이 발의해 가결시켰다. 안산시는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 공개 조례’를 제정해 큰 호응을 얻었고, 전남 순천에선 ‘지방의원 공무 국외연수 평가위원회 조례’를 통과시켜 낭비성 해외연수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최인욱 국장은 “선진국에선 주민발의 조례가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라며 “우리나라 주민발의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홍균·김준일기자〉



[주민발의제 4년 점검] 의회 ‘뭉개기’에 상정조차 못한 조례도
주민발의제가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현 단계에서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우선 주민발의 조례를 검토하고 지원해야 할 지자체 의회가 오히려 조례 제정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4년간 123건의 주민발의 조례 중 52건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주민발의는 허용되지만 여전히 결정은 의회가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자동폐기된 26건은 모두 학교급식이나 영유아보육 관련 조례였다. 의회에선 막대하게 소요되는 예산을 이유로 검토조차 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자립도가 40%를 넘는 서울·부산·인천·울산의 구의회에서 자동폐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양양·경주·봉화·청송 등 재정자립도가 30%도 안되는 지자체 의회는 비슷한 급식·보육 조례를 원안대로 가결했다. 재정자립도보다는 의회의 성실성이 문제인 셈이다.

부적절한 사유로 각하처리한 경우도 있다. 서울 은평구 의회는 발의된 급식조례가 상위단체인 서울시 조례에 위임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서울시 급식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청에서도 조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학교급식 지원은 이미 학교급식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상위법령의 위임사항이므로 서울시의 급식조례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조례 제정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타 자치구에서는 동일한 조례를 각하하지 않고 모두 의회에 부의했다.

‘물 타기용’ 조례안이 의결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 실정에 맞게 추진된 인천 연수구의 주민발의 학교급식조례는 연수구의회 의원들이 정부의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베낀 졸속 조례에 밀려 폐기처분되었다. 현재 연수구 주민들은 5,000명의 조례 개정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청구한 상태다.

이런 의회의 직무유기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주민발의 안건에 대해 의회 의장은 의회 임기 전까지 본회의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규정을 지방자치법에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묻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주민발의 조례를 의회가 거부할 경우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인구 5만명 이상 대도시는 100분의 1, 시·군·자치구는 50분의 1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발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너무 엄격해 활발한 주민발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일기자〉


[주민발의제 4년 점검] 외국에선 ‘막강한 주민의 힘’
미국의 주민발의제는 주민이 원하는 주 헌법 및 조례 등을 직접 만들거나, 의회에서 만든 법을 폐지할 수 있다. ‘막강한 제도’다. 주민발의된 조례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주민투표에 부쳐 통과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재 24개 주가 이 제도를 도입, 시행 중이다.

주민발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년 동안 재산세 삭감, 선거비용 개혁입법 제정, 학교기금 보장, 담뱃세 인상, 형사재판제도 개혁, 고용·교육 계약에서 성·인종차별 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발의에 의해 조례가 제정됐다.

캘리포니아·콜로라도·오클라호마 주는 주민발의제도를 통해 종전 당선 횟수제한이 없었던 주정부 상·하원 의원들의 임기를 2~3회로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1990년 연방의원의 임기를 제한하는 법까지 통과시켰다.

이후 주 상원의원들이 연방의원의 임기 연임을 주(洲)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연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원심에서 위헌이라는 판결이 있었으나 항소심에서 번복되었다. 캘리포니아주의 이 법은 현재 유효한 상태이며 18개 주에서 이러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 역시 주민발의제가 활성화돼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법 74조는 주민조례입법 청구제에 대해 주민이 지방의회 또는 단체장과 다른 의사를 조례발안이라는 형식으로 표명함으로써 의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청구를 접수하면 20일 이내에 의회를 소집하고 청구와 관련된 조례안의 위헌여부를 부쳐서 그 결과를 대표자에게 통지함과 동시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일본에서 가결된 주민발의 조례는 특별 보수직에 관한 조례, 시의회 의원정수 삭감 조례, 의무교육 비용 주민부담 금지 조례가 있다. 특히 노인 의료비 무료화나 일조권 확보 조례개정 운동은 국가를 움직여 법률을 개정하게 만드는 성과를 올렸다.

스위스는 국민발의의 ‘힘’이 다른 나라보다 더 강력하다. 유권자 10만명 이상의 서명에 의해서 연방헌법의 전면 또는 부분개정을 의회에 요구할 수 있고, 유권자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의회나 행정부가 채택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1987년 습원(濕原) 보호, 1990년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설 10년간 중지 등이 국민발의를 통해 채택됐다.

〈김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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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산그늘

2009.05.19 22:51:58

국정브리핑의 부처의견입니다.
=========================================================================================
□ 주민발의제 4년을 점검한다
○ [경향] 경향신문이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제4대 지방의회(2202년 7월~2006년 6월) 회기 중 주민이 발의한 조례를 조사한 결과 총 123건 발의, 66건 의회 통과 등의 성과를 내는 등 주민발의 조례가 지역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
- 주민발의제가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결정은 의회가 하는 등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의회표결 의무화, 주민발의 규정 완화 등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는 대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


[행정자치부] | <주민발의 조례 제정및개폐청구제 기사 설명>
○ '00.3월 이후 '06.6 현재 146건이 청구되어 66건이 의결되어 조례로 제정되는 등 지방행정에 주민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대표적인 주민 참여제도의 하나임
- 학교급식 및 보육시설 지원 조례가 107건
- 건축 및 위락시설 거리제한 등 도시계획관련 조례가 19건
- 주거 및 쓰레기 매립장 등 생활환경 관련 조례가 13건
- 공직자 소환조례 및 예산참여제도 관련 조례가 7건 등
○ 행정자치부에서는 그 동안 청구요건 완화 등 제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음
- 청구권자 연령을 20세에서 19세로 하향 조정
- 청구 주민수를 종전 주민 총수의 20분의1범위의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던 것을, 시도는 1/100 내지 1/70, 시군구는 1/50 내지 1/20 범위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대폭 완화 등
※ 현재 지자체별 청구 주민수는 시도는 1/100(서울,충북) 1/85(인천, 광주 등), 시군구는 1/50(원주,충주,경주 등) 1/40(대구 수성,광양시 등)
○ 앞으로도 동 제도 운영 실태를 분석하여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연구

<자료제공> 자치분권제도팀 김일융 사무관(2100-3760)

등록일: 2006.11.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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