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영입니다. 신묘년 새해 멋지게 시작하고 계신지요? 저는 성탄절인 지난 12월 25일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 순례를 시작해 열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모두 398km를 걸었습니다. 총 800km인 순례길의 절반을 왔네요. 너무 서둘러 온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여유를 갖고, 와이파이 잡히는 카페 찾아서 소식도 자주 전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계속, 여러분을 생각하면서 기도하면서 걷고 있습니다.
이번 순례의 제일 큰 목표인 모금과 동시에 몸과 마음의 쉼,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조금씩 힘을 실어주세요. 1km마다 1만원, 저의 걸음에 후원해주세요. 이미 참여해주신 분들, 이제 곧 하실 분들^^ 그리고 마음으로 계속 응원해주시는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10-228-482259 오관영)
[13일차] 산티아고 길은 혼자 걷는 길입니다. (2011.1.5)
Carrion에서 Calzadilla de la Cueza까지의 17km는 지평선만 보고 걸었습니다. 걷는 도중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긴 길을 걷는 것은 처음 인 것 같습니다. 사람도 차도 마을도 없습니다.
이렇게 4시간을 걸어 Calzadilla de la Cueza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같이 출발한 시모네는 여기에서 머물렀고 저는 예정된 목적지인 Terradillos de Templarios까지 가겠다고 길을 나섰습니다. 점심을 먹는데 그러더군요 아마 알베르게가 닫아서 Sahagun까지 가야될 것이라고...., Sahagun까지는 20km가 넘으니 여기서 머무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하루에 30km을 걷는 것. 예정된 목적지인 Terradillos de Templarios의 알베르게가 닫으면 호스텔에서라도 진다는 생각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ㅠㅠ 알베르게만 있는 작은 마을은 호스텔도 없습니다. 결국 Sahagun까지 40km을 걸었습니다.
Calzadilla에서 Sahagun까지 20여 km 을 혼자 걸은 것입니다. 혼자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 넓은 들판에 점도 못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걸으면서 혼자인 것과 정말 혼자 걷는 것은 다릅니다. 이제 비로서 홀로 걷고 있습니다.
제가 30년 가까이 사회운동을 하면서 외로웠던 적이 나를 이끌어줄 선배가 없다는 것, 운동은 결국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느꼈을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 한살이라도 더 먹은 선배가 운동 현장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고맙습니다. 혹자는 그 나이에 갈 때가 없으니까 운동판에 남아 있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 가리기도 하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열심히 산 것입니다.
오늘 혼자이고 보니 몇몇 선베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디 안가고 옆에 있어줘서 참 고맙습니다. 어려우시더라도 선배들의 존재를 조금은 이해하는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좀더 지켜주시길을 부탁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2011년 1월 5일
스페인 Sahagun에서
오관영
+ 제가 걸어온 궤적과 사진들을 보시려면 여기로 오세요.
+ 순례길 홈페이지로 오시면 더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