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점심에 스페인으로 출발합니다. 지난 목요일까지 약속된 일을 마치고 어제 오늘 갈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 예정되었던 11월 출발이 한 달가량 늦어지면서 아직도 안 갔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산티아고를 걷는 것에 걱정도 많이 해주십니다. 격려와 걱정을 하는 적지 않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 선배는 미리 준비한 편지와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면서 나중에 읽어보라 했습니다.

 

철환 선배님 관영아!

 

안식년이라고 제대로 쉬고 재충전 할 여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스페인 여행을 간단히 좋은 기회일 것 같다. 약간 보탬이 되면 좋겠다.

 

지역으로 내려가서 다시 풀뿌리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네 생각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요즘은 점점 권력형 엘리트주의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나부터, 주변부터, 실질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이 된다.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

 

편지를 읽으면서 내가 왜 산티아고 길을 걸으려고 했는지 다시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운동과 군대 간 시간을 제외하면 20여년 사회운동을 해왔습니다. 87년 노동현장으로 가서 10여년 노동운동을 했고, 97년부터는 시민운동을 했습니다.

 

올해 안식년이 마치고 앞으로 10년은 어떤 운동을 할까?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일까? 시민운동을 하면서 관심을 가져왔던 납세자운동? 아니면 지역에 내려가서 풀뿌리운동을 제대로 해볼까? 이제까지 운동한다고 여러 사람 고생만 시켰는데 돈을 벌어야 되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고민이 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보면서 만났던 한 사람 한사람을 추억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사회운동을 하면서 참 사람 복이 많았습니다. 공장에서 만난 형들과 친구들, 노동운동 동지들, 그리고 시민운동을 하면서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사회운동을 계속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산티아고 여행길에도 천안의 진경아. 인제의 최김수진, 도시농업 운동을 하시는 안철환선배, 운동의 동료이자 인생의 선배인 윤정숙선생님, 그리고 정금채선배, 백현석, 김지영 후배님들, 풀뿌리운동의 동료들인 이호, 김현, 이창림, 하승수, 그리고 김주일교수님과 조돈문교수님 등 적지 않은 분들이 여행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이분들이 하는 일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분들이 잘되고 행복한 사회가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라 생각합니다. 이분들을 생각하면서 걷겠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의 후원은 제가 몸담고 있는 시민행동을 후원할 생각입니다.

 

요즘 시민단체들이 모두 어렵습니다. 특히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시민행동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 사무처장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산티아고 800Km을 온전히 걸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1Km 마다 1만원의 후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이미 150Km는 걸을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나머지 650Km 도 채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는 <신한은행 112-228-482259 오관영>입니다.

 

backpack.jpg오늘 짐을 챙기고 나서 배낭을 들어보니 겨울이라 무게가 많이 나가더군요. 짐을 다시 하나 하나 빼내면서 줄였습니다. 이렇게 짐을 줄이듯 마음도 많이 비우고 오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가끔 페이스북과 http://www.facebook.com/ohkycan 트윗 http://twitter.com/ohky 로 소식전하겠습니다.

 

2010년 12월 11일

 

스페인 산티아고로 출발하며

오관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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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민행동의 오관영입니다. 오래간만에 연락을 드립니다. 제가 지난 3월 1일부터 안식(?) 아닌 안식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말이 안식년이지 지난 6월 지방선거까지는 <풀뿌리 좋은 정치네트워크>의 일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보겠다는 <풀넷>의 실험은 17명의 무소속 풀뿌리 후보가 출마해서 3명이 당선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조...

  • mi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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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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