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크리스마스’ 겉멋보다 감동 나눠요~



» 녹색 산타옷을 입은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적게 사용하는 ‘그린 크리스마스’를 홍보하고 있다. 이들은 값비싼 선물보다 정성과 마음을 담아 직접 만든 선물을 주고 선물 포장을 최소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예수는 시골의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났다는데, 정작 2000여년 뒤 그의 생일은 지구인들이 한 해 중 가장 흥청망청하는 날이 돼 버렸다. 열흘 남은 크리스마스, 이번부터는 자연과 이웃이 두루 행복해지는 잔칫날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은행나무 전구로 칭칭 휘감기 그만!=저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전 이맘때가 제일 싫어요. 온몸에 전구가 칭칭 감기니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9일 탁구공만한 전구 300여개가 제 몸을 휘감았습니다.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2㎞ 구간에 서 있는 나무 친구들 325그루가 모두 10만개가 넘는 전구를 뒤집어쓰고 있지요. 내년 2월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전구는 우리 몸을 환히 비춥니다.

석 달 동안 이 ‘전구 의상’에 드는 비용이 700여만원. 이 정도면 같은 기간 450여 단전 가구에 형광등 둘과 작은 텔레비전 한 대, 소형 전기장판 하나씩을 켤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비명을 지르거나 움직이지 못해 잘 모르시겠지만, 우린 무척 예민한 존재랍니다. 전구에서 나는 열은 겨우내 최소한의 생육만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생체 리듬을 깨뜨립니다. 게다가 대형건물 주변의 침엽수들은 낮에 광합성을 하고 밤에 쉬어야 하는데, 이렇게 밤이 환하면 광합성을 계속하게 해 힘들어요. 우리 나무들, 크리스마스에 좀 편히 쉴 순 없을까요?


무농약 카카오 ‘착한 초콜릿’을=크리스마스에 초콜릿 많이 선물하시죠? 하지만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를 기를 때 농약을 엄청나게 뿌린다는 거, 잘 모르셨을 거예요. 농약은 카카오의 지방에 녹아들어가 초콜릿 속에 남는답니다. 또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과 거래하는 무역상들이 제멋대로 카카오 가격을 매기는 바람에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죠. 해로운 농약과 저개발국 농민들의 눈물이 담긴 초콜릿이 그래도 달콤한가요?


제 이름 ‘다고바 초콜릿’을 기억하세요.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 열 나라 농가에서 공정무역으로 정당한 값을 주고 산 유기농 카카오가 원료입니다. 아, 참! 대안생활백서 첫회를 장식한 제 친구 ‘착한 커피’ 기억하세요? 아름다운 가게(www.beautifulcoffee.org)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 ‘히말라야의 선물’ 커피를 사시면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덤으로 드린답니다.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의 ‘동티모르 평화 커피’도 있죠. 두레생협(www.dure.coop)에선 필리핀 네그로스에서 수확한 유기농 설탕과 오랜 분쟁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농가에서 들여온 ‘착한 올리브기름’도 판답니다.


신문지로 예쁘게 싼 선물 깜찍하죠?=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버려지는 포장지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두껍고 반질반질한 재질에 예쁜 무늬까지 그려진 친구들이 아무렇게나 뜯겨지는 걸 보면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 새 소식을 전하는 임무를 마친 우리 신문지에게 선물을 예쁘게 포장할 기회를 줘보세요.


궁상맞다고요? 모르시는 말씀! 잘 찾아보면 신문에 예쁜 사진과 그림, 활자들이 얼마나 많다고요. 선물의 내용, 전하고 싶은 마음, 받는 분과의 관계 등과 어울리는 사진·글자를 찾아 포장하면 비싼 포장지보다 더 감각적이죠. 선물포장 전문가 황인자씨도 요즘 신문지를 이용한 포장이 유행이래요.


작은 주스병에 편지를 넣고 리본으로 장식하는 것도 멋스럽죠. 선물을 받으시는 분이 계속 쓸 수 있는 손수건이나 보자기로 포장해도 괜찮겠죠?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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