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구애시위, 방법상 문제 있다 --
한 청년이 여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결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녀의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면서 관계복원을 요구한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시위를 목격한 시민들이 상당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 네티즌들도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원하는 격려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다.
[연합뉴스] '여전히 널 사랑해' 여대앞 1인시위 2003년 12월 08일
썬데이행동 역시 이 청년의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며, 간절한 염원을 표출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부득이 선택한 길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1인 구애시위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시위 대상자의 권익침해 소지가 있으며, 그 효과도 의문시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시위 대상자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이 시위로 인하여 청년의 여자친구의 신원이 상당한 정도로 언론에 노출되었다. 구체적으로 모여대 모과 졸업반에 모여고 출신이라는 것까지 밝혀져 있는 상태이므로, 여러 관련정보를 종합하면 그녀의 지인 대부분이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청년은 본의아니게 옛 여자친구의 프라이버시, 즉 그녀가 누구를 얼마간 사귀었고 언제 결별하게 되었는지 등의 극히 사적인 정보를 공표한 꼴이 되고 말았다.
둘째 집착하는 모습은 관계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썬데이행동이 이 사건을 접하고 긴급히 행한 여론조사(사무실 여성동료 두세명에게 물었음, 오차범위 무한대) 결과 여성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설문대상자 중 1명의 표현을 빌자면 '그럴수록 여자는 학을 뗀다는 사실을 몰랐나 보지'였다.
이처럼 여성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집요하게 접근하는 듯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1인 구애시위는 그 진정한 의도와는 반대로 옛 여자친구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썬데이행동은 1인 구애시위를 벌인 청년의 순수한 의도와 주위를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하기에 본 논평을 통해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고자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남녀관계에서 항상 통용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밀고 땡기기'이다. 적절하게 밀고 땡기는가 그렇지 못한가, 이것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1인 구애시위를 통해 정열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이제부터는 보다 초연하고 쿨한 모습이 필요하다. 실연의 아픔을 딛고 고독을 벗삼아 대승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매력을 뿜어내는 것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적절한 간격을 두고 새로운 나의 모습이 옛 여자친구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디 하루빨리 옛 여자친구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적절한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좋은 결실을 맺게 되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