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이 2019년으로 창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0년간 시민행동과 함께하며 세상과 스스로를 변화시켜온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큰 성과이고 또 자산입니다. '시민행동 20주년 인물 열전'은 그간 시민행동과 함께해주셨던 회원, 임원, 상근활동가들의 시민행동에서의 경험과 생각들을 나눕니다. 그 네 번째 순서로 전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지현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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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행동을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images.jpg  시민행동 가기 전에 영주, 안동, 봉화에서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영주 주민자치연대라는 NGO단체를 대학교수들하고 신부님들, 목사님들하고 같이 만들어서 대형마트 없애기 운동을 했어요. 시골에서는 자전거 타고 5분이면 모두 다 대형마트를 갈 수 있어요. 그러니 대형마트가 하나 딱 들어오니까 마을 상권이 죽기 시작하는 거예요. 슈퍼 죽지, 시계방 죽지, 김밥 분식집 죽지. 그리고 시골은 마을에 슈퍼가 하나 있으면 콩나물 사도 멀리 안 가고 옆에집 사주고, 과일이랑 사주고 이렇게 서로서로 도와서 함께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근데 대형마트가 딱 생기고 1원 2원 더 싸노니까 모두 대형마트로 가는 거죠. 대형마트에 가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거기서 다 해결할 수 있어, 그러니까 아 지역사회를 망치는 것이 대형마트구나 싶은... 없애기 운동을 한 6개월...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실패를 좀 했고.

    그리고 두 번째는 인구가 줄다보니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전부 다 대학을 외지로 가는 거예요. 가가지고 전부다 직장을 외지에서 잡아. 그러니까 인구는 예를 들어 10만이 되는데 실질적 인구는 그렇게 되지 않고. 젊은이들이 고향을 지켜야 되는데, 고향을 지키지 못해. 외부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자기고향을 지키는 운동을 좀 했으면 좋겠다. 해가지고 한참 오래오래 했어요. 지금도 조금씩 하고 있고. 이런 활동들을 쭉 하다가 정선애씨를 만났고. 정선애씨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해서, 해보자 해서, 시작이 됐는데 큰 도움도 못 되고, 그렇게 시민행동에 왔지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images.jpg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가장 처음 인상 깊었던 것은, 시민행동 가기 전에, 밑빠진독상을 주는 광경들이에요. 청송 주는 것도 보고 경기도 호수 시화호 주는 것도 보면서, 지역 기관장이 (밑빠진독상 안 받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2시간동안 들어가 있는 것 보고, 아! 이거 기가 막힌 것이다! 어! 좋네! 해서 그 때부터 시민행동은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리랑 그 쪽 삼선동에 있을 때 1주일에 한 번 씩은 갔던 거예요.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한 번씩 정도는 가가지고, 식구들이랑 같이 식사 하고 하던 게 기억에 많이 남고. 후원의 밤 할 때 왔다갔다 하는 모습들, 그 때 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시민행동에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images.jpg  시민운동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시민활동가들이 시민운동을 발판으로 정치에 들어가는 게 요즘 굉장히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후배를 키워서 쭉 땡겨야 하는데, 발판이다 싶은 생각이 어느 날부터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시민운동을 해서 이 분들이 계속 남아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면 엄청난 힘이 발휘가 될 텐데, 대다수는 다 가는 거 같애. 참 안타깝다, 싶은 생각이에요. 그것을 자기의 다른 영역에 가서 또 하면 되는데, 다른 영역에 갔을 때는 그 운동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사실 어려워요, 그 고유의 자기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민사회운동을 쭉 하면서, 좀 힘들고 어렵더라도 힘 있게 끌고 가주면 후배들 따라오고 거기서 커가지고 뒤를 잇고 잇고 돼야 되는데, 내가 보기에 이게 자꾸 맥이 끊기고 끊기고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 시민사회운동이 많이 힘들고, 어려워요.

    시민행동만 하더라도 예를 들어서, 그 때 초창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쭉 좀 했으면, 그 사람들의 그 인적자원이라는 것이 굉장히 무시 못 할 자본이에요. 그 사람을 통해서 이사람이 들어오고, 그사람 통해 이사람들이 한 식구가 되는데, 그사람이 하나가 떠나기 시작하면 결국은 함께 인연이 됐던 사람도 관심을 잃고 떠나기 마련. 계속 쳇바퀴 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이것을 선배들이 해주지 못한 것 같아. 이것이 연결돼서 오늘까지 쭉 연결됐더라면.

    사람을 키워야 되잖아요. 키우고 키우고. 제가 항상, 항상! 얘기하지만, 그만 둔다고 그만 뒀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한다고 생각해야.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되거든요. 어떤 데든지 열심히 나가다가 1달 2달 3달 정도 안 나가면 4개월째는 나가기 쑥스럽잖아. 쑥스러워도 올 수 있게 만들어줘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안 그러면 1년 정도 되고 한참 안 나가다가 한 번 가야되겠다하고 생각하는데 가기 무척 쑥스럽워요. 왜 왔지라고 생각도 할 거 같기도 하고, 실제로 안 그래도 그런 느낌들이 있는 거지. 그런 느낌들이 들지 않도록 사무처에서 잘 해야죠. 그런 것을 잘 연결하면 좋겠어요. 많이들 몸담고 있었잖아요. 20년 동안 식구가 된 사람들 다 지도를 한 번 그리면, 그 인적 인맥이. 식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함께한다는 생각을 딱 가져주면 엄청난 인적 자원이지.

 

 

스님전용 질문을 생각해보았어요. 시민행동이 스님께는 어떠한 인연이었을까요?

images.jpg  그동안 시골에서 모임을 조금조금 하던 것들의 결정체가 시민행동에서 딱 점을 찍었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행동 공동대표를 한 것이 스님의 인생에서도 큰 보람이고, 누구한테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시민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도 시민행동 얘기를 많이 하고, 제 주변에 NGO활동하는 사람들이 다들 스님 시민행동 활동 하셨다라는 인식들이 머리에 확 잡혀있어가지고, 불교NGO하는 시민단체들이 스님은 시민행동 사람, 이렇게 인식을 해요. 그런 것이 나에게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시민행동으로 돌아가야지.

    모두들 시민행동을 잊어먹지 않으려고 계속 내가 모이자 모이자 모이자 계속 했어요. 그래도 1년에 1~2번 정도 계속 모여서 저녁도 먹고 하는 거 같아요. 이제 바쁜 거 끝나면, 그 때 내가 대표를 했을 때 만났던 분들을 중심으로 한 번 가볍게 식사를 해야 되겠다 생각 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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