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경제 침체와 고용난 속에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시민행동은 2016년 상반기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한 원인, 현재 제도상의 문제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일련의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세미나로 지난 2월 3일(수) 오후 서울 신촌역 부근의 마이크임팩트팩토리 5층 펍에서 <스마트 혁명의 영향과 우리의 현재>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그 날 오간 이야기들을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 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변화는 사회 전체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드론과 빅데이터, 우버로 상징되는 최근의 기술 변화는 기존의 사회질서가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예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보스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현재의 기술 변화 전반을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우버화(uberization)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고 미 대선의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으로 하여금 비판적 목소리를 내게 한 최근의 스마트 경제의 변화에 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도 꼭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첫 번째 세미나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세미나는 LG경제연구소의 김건우 연구원께서 직접 기획을 맡아주셨고, 디지털 사회에 관한 전문가인 강정수 박사(오픈넷 이사), 국회에서 혁신 경제를 위한 입법활동을 지원해온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국회의원실) 이상 두 분이 발표를 맡아주셨습니다. 아울러 IT 전문 매체인 블로터미디어랩의 이성규 랩장, 그리고 최근 규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공유경제 서비스 콜버스의 박병종 대표께서 지정토론자로 참석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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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수 박사: 알고리즘 사회에서 노동, 그리고 노동에 기반한 사회 구조가 맞이할 변화들
 
강정수 박사께서는 현재의 IT 기술 변화가 기존의 일자리를 급격히 파괴하지만 그 변화로 나타나는 새로운 일자리는 대개 저임금에 전통적 고용 구조 바깥에 있는 단순 데이터 입력 작업들이라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습니다. 강정수 박사는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단순 노무직들을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되는 노동'이라고 이름붙이고 그 영향을 노동과정, 재생산, 그리고 국가재정의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강정수 박사에 따르면 알고리즘 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첫째,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되는 노동과정에서는 임금과 근로조건들 역시 노사간의 타협의 산물에서 기계적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므로 전통적 노동3권의 개념이 위협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노동에서는 노동자의 활동에 대해 고객들이 직접 평가를 하게 되는데, 그 평가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직 시에 이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국가의 중요한 재정 수입 중 하나는 노동자의 근로에 따른 근로 소득세였는데, 자동화로 인해 국가의 재정이 위축된다. 
 
강정수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전통적인 직장 개념에 기반한 노동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위 '로봇세', 즉 자동화에 따른 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교육, 그리고 사회 운영 필수 노동(의료, 지식 전달 등)에 대한 지원, 그리고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위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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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천 보좌관: 기술 혁신을 수용하기 위한 민간 중심의 규제 체제
 
다음으로 최병천 보좌관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강정수 박사가 주로 기술 변화로 인해 미래에 도래할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면, 최병천 보좌관은 기술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현재의 낡은 체제와 제도 때문에 어떻게 가로막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최병천 보좌관은 현재의 양극화의 근본적 원인을 기술 변화에 따른 생산력 혁명에서 찾고, 이런 변화는 기업과 노동 모두를 해체하여 개인화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그리고 핀테크와 같은 비은행 금융 시스템 등을 들었습니다. 최병천 보좌관은 이런 변화를 사회가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매개로 한 관료 주도 복지 체제에서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복지 중심의, 기업을 매개로 하지 않는 민간 주도 복지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 체제는 여전히 구 산업화 중심의 관료 체제이며, 새로운 기술의 영향에 대해 평가하고 규제하는 권한 또한 이들에게 독점되어 있으므로 이를 해체하여 개인과 시민사회가 규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권력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 중 일부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제, 증거제시요청권 등을 일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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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사회 안전망 구축에서의 기술 혁신의 영향
 
발표에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주로 두 발표자가 언급한 기본소득 등 복지 시스템에 관한 논쟁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술 변화의 영향을 제어할 수 있을 수준의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지만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들이 제시되었습니다. 박병종 대표는 모두에게 동일한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재분배의 효과가 없고 인플레이션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오히려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반면 이성규 랩장은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으며 알고리즘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설계하는지에 대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기술 변화'라는 매우 거시적,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 세미나이다보니 발표 및 토론 과정에서 이야기된 대안 또한 당장의 제도 개선 과제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편 방향을 중심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아마도 시민사회운동이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화두들을 끄집어낸 자리라는 점에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청년 실업, 연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대화 등 현실 제도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향후 세미나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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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박지우

2016.04.07 23:22:00

아무런 생각없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나 기계에 이렇게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줄 몰랐네요..부정적인영향은 없애고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므로서
미래에 더 나은 세상이 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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