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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이슈리포트 05-02
융합 환경의 네트워크 콘텐츠 규제
- 유럽연합 사례의 포괄적 이해(1)
이상우·김원식·강재원·한은영·신호철
요 약
현재 국내에서는 융합시대에 필요한 규제체계의 정립을 위해 유럽연합의 사례를 대표적인 모델의 하나로 채택하고 이를 통해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규제체계와 규제기구의 개편방안을 마련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지침이 채택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작업이 미흡한 상황이다. 지침의 도출 배경 및 의의에 대한 종합적 이해나 주요 지침들의 역할 및 상호보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침 규정의 단순한 해석에 집중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해석에 의해 지엽적인 내용을 확대 해석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본 고는 유럽연합이 채택한 6개 지침의 논의의 배경, 과정, 그리고 주요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유럽연합이 추구하고 있는 융합관련 규제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향후 국내 통신·방송융합 관련 정책의 수립과 규제체계의 정비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
유럽의 통신 산업은 역사적으로 이윤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되는 공공재 혹은 보편적 서비스 영역으로 간주되어 국가의 통제 하에 독점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통신 산업의 자유화와 탈 규제화가 진행되면서 통신영역도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적 기구의 통제를 받는 부분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1). 이는 유럽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통합과정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정치, 사회, 기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통합과정이 일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1993년부터 효력을 발휘한 “유럽연합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이라고도 지칭됨-이후, 유럽공동체는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족이나 단일국가의 이익 보다는 전 유럽적 이익을 앞세우면서 과거 개별국가의 주권적 권한에 속했던 많은 권한들이 유럽연합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1993년 집행위원회는 네트워크 개방을 통한 범유럽적 정보통신서비스망의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백서를 발간하고, 정보통신기술의 이용촉진, 범유럽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규제완화, 유럽공동체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첨단 기술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1994년 7월,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정보사회 구축을 위한 실행계획을 발표하였고 1996년 집행위원회 지침(Commission Directive 96/19/EC)에서 유럽공동체내의 정보통신시장을 회원국 상호간에 1998년 1월 이후부터 전면 개방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는 1997년 진행되었던 WTO기본통신협상을 염두해 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디지털 기술의 진보와 융합이 진행되면서 유럽 내에서 조화로운 정보통신서비스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러한 달성의 장애물인 각국의 상이한 기존 규제체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계를 정립하고자 하였다. 새로운 규제체계의 주요 영역으로는 인가, 접근/상호접속, 주파수 관리, 보편적역무, 이용자·소비자 편익, 번호 및 주소, 경쟁, 규제기구 등으로 그 간의 종합적 논의결과는 2002년 채택된 6개의 지침(Directive)과 1개의 결정(Decision)으로 완성되었다.
이는 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전자커뮤니케이션 전 분야에 걸친 일관되고 단일한 규제체계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자커뮤니케이션이란 개념은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부문은 유럽연합의 규제체계에서 다루지 않는다.
새로운 규제체계는 6개의 지침의 유기적 적용을 통해 완성되지만 각 지침은 차별화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중심이 되는 규제프레임워크의 목적은 본 지침에서 열거된 조건과 Treaty 제46조(1)에 따른 제한사항(공공정책, 공공안전, 공공보건)에 따라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제공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규제프레임워크 지침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우선, 기존의 역무별 규제체계를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전자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계층별 수평규제체계로 전환함으로써 방송과 통신을 포함하는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조화로운 규제환경을 설정하고 영역별 규제원칙을 대신하여 일반 경쟁의 원칙을 적용한다. 주파수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객관성, 투명성, 비차별성,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주파수를 분배, 할당, 임대토록 한다. 한편, 시장획정과 시장지배력 측정을 통해 관련시장이 유효경쟁이 아닌 경우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보편적 서비스나 설비제공 등에 대한 특별규제의무를 부과한다. 위원회(Commission)는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및 전자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관련 표준과 세부사항(standards and specifications)을 공표하고 각 회원국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과 미디어의 다원성, 문화다양성을 증진을 위해 디지털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한다. 규제체계하에서 회원국 간 발생하는 분쟁은 신속히 해결한다. 회원국의 규제기구는 독립성, 불편부당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원칙하에 정립한다.
인가지침은 프레임워크 지침에 따라 용이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망과 서비스의 인가 규정과 조건을 간소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규제 최소화를 통해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통합(harmonized) 시장이 확립되고 사업자는 통지(notification)만으로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일반 인가를 통해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제공을 허용하고 주파수 이용을 관리하며 유럽공동체내 타 사업자와의 상호접속 협상권, 보편적서비스 제공자격을 부여한다. 특히 전자커뮤니케이션 망 또는 서비스의 제공자, 망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 콘텐츠제공자)의 구별없이 이 지침을 비차별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일반인가나 특정이용권에 부과되는 요건들은 유럽공동체 법령이나 공동체 법령과 조화되는 국가법령의 요구 사항이나 의무를 충족하는 필요수준으로 최소화되어야 한다. 일반인가와 관련하여 경쟁을 왜곡하거나 진입장벽이 아닌 행정요금(Administrative Charges)과 이용수수료(Fee)를 부과할 수 있다.
접근 지침은 프레임워크 지침의 틀 안에서 회원국들의 전자커뮤니케이션 망(electronic communications networks)과 관련 설비에 대한 접근 및 상호접속에 대해 일관성 있는 규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접근지침은 네트워크나 관련 설비에 대한 접근, 상호접속에 있어서 경쟁의 지속, 전기통신 서비스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 소비자 혜택 증진을 목표로 사업자들의 권리 및 의무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원국들은, 한 국가 안의 사업자들 간 또는 다른 회원국의 사업자들 간 국내법에 따른 접근 및 상호접속에 대한 기술적·상업적 협상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특히,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일관성 있는 규제 틀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통신부문에 국한되어 적용되어온 상호접속(interconnection)의 개념을 CAS, APIs, EPGs 등 방송영역까지 확대한다.
보편적서비스 지침은 유럽시민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효과적인 경쟁과 선택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이 유럽시민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환경들을 개선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지침은 이용자들의 권리를 정립하고 이에 상응하는 사업자들의 의무들을 규정한다: 보편적서비스 규제의 대상은 전자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와 전자커뮤니케이션서비스들로 보편적서비스 규제의 범위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각국의 실정에 맞게 규정한다. 단, 보편적서비스 보전은 시장왜곡 최소화 원칙(Least Market Distortion)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 지침은 5대 지침으로 구성된 새로운 규제프레임워크를 보완하며 모든 사업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서비스를 제공할 권리, 전자커뮤니케이션 망을 확장하거나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침은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에 대한 배타적, 예외적 권리를 폐지, 객관성·비차별성·투명성·비례성 절차에 의한 주파수 이용권 부여, 수직적 통합구조를 가진 전자커뮤니케이션 망 제공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행위 금지, 비례의 원칙 및 시장왜곡 최소화 원칙에 따른 보편적역무 분담, 경쟁저해적 제한의 완화대상을 타 서비스와 망에 대해 확대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보호 지침은 회원국들의 규정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전자통신 분야에서 개인정보의 처리와 관련하여 특히 프라이버시 권리를 포함한 동등 수준의 기본 권리 및 자유를 보장하고, 공동체내에서 전자통신 장비 및 서비스와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이전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제체계는 녹서(’97) → 리뷰(’99) → 지침(’02)이라는 단계적 접근 및 진행을 통해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융합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아가고 있는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통해 일반적 틀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과 국가적 특수성의 인정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확인 및 구분이 가능하였고, 제안부터 지침의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규제체계의 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왔다고 하겠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제체계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교훈은 지침의 내용과 더불어 지침의 발표에 이르는 과정이라 하겠다. 유럽의 규제체계는 유럽차원에서 국가 장벽을 허물고 통합된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시장의 형성과 단일화된 규제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융합환경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객관성, 비차별성,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간소화·최소화를 지향한 규제조항들은 융합환경에 적합한 규제체계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25개 회원국의 이해가 상반될 수 있는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회원국의 합의와 수용을 이끌어 낸 유럽연합의 논의과정 역시 우리에게는 매우 교훈적인 부분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온 기간도 어느덧 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이슈와 문제제기, 논쟁이 있었고 현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규제체계에 대한 의견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지침 발표 후 3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나마 위안이라면 우리에게는 이행의 기한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토론과 공청회, 컨설팅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이룩해낸 유럽연합의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1) 유럽공동체 차원의 최초 통신정책은 1983년 6월 집행위원회(Commission)가 이사회(Council)에 “통신에 관한 공동체 행동 프로그램(Community Action Program on Telecommunications)"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정보기술과 통신분야에서의 표준화, 유럽공동체 차원에서의 연구개발 등에 대한 결정 등이 내려졌고, 1987년 집행위원회는 “통신서비스 및 장비를 위한 공동시장의 발전을 위한 녹서”를 발행하면서 유럽공동체의 통신정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 녹서에는 기본통신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통신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유럽차원의 통신표준을 설정해야 하며 경쟁적 사업자들에게도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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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환경의 네트워크 콘텐츠 규제
- 유럽연합 사례의 포괄적 이해(1)
이상우·김원식·강재원·한은영·신호철
요 약
현재 국내에서는 융합시대에 필요한 규제체계의 정립을 위해 유럽연합의 사례를 대표적인 모델의 하나로 채택하고 이를 통해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규제체계와 규제기구의 개편방안을 마련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지침이 채택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작업이 미흡한 상황이다. 지침의 도출 배경 및 의의에 대한 종합적 이해나 주요 지침들의 역할 및 상호보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침 규정의 단순한 해석에 집중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해석에 의해 지엽적인 내용을 확대 해석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본 고는 유럽연합이 채택한 6개 지침의 논의의 배경, 과정, 그리고 주요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유럽연합이 추구하고 있는 융합관련 규제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향후 국내 통신·방송융합 관련 정책의 수립과 규제체계의 정비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
유럽의 통신 산업은 역사적으로 이윤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되는 공공재 혹은 보편적 서비스 영역으로 간주되어 국가의 통제 하에 독점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통신 산업의 자유화와 탈 규제화가 진행되면서 통신영역도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적 기구의 통제를 받는 부분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1). 이는 유럽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통합과정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정치, 사회, 기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통합과정이 일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1993년부터 효력을 발휘한 “유럽연합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이라고도 지칭됨-이후, 유럽공동체는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족이나 단일국가의 이익 보다는 전 유럽적 이익을 앞세우면서 과거 개별국가의 주권적 권한에 속했던 많은 권한들이 유럽연합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1993년 집행위원회는 네트워크 개방을 통한 범유럽적 정보통신서비스망의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백서를 발간하고, 정보통신기술의 이용촉진, 범유럽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규제완화, 유럽공동체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첨단 기술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1994년 7월,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정보사회 구축을 위한 실행계획을 발표하였고 1996년 집행위원회 지침(Commission Directive 96/19/EC)에서 유럽공동체내의 정보통신시장을 회원국 상호간에 1998년 1월 이후부터 전면 개방할 것을 선언하였다. 이는 1997년 진행되었던 WTO기본통신협상을 염두해 둔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디지털 기술의 진보와 융합이 진행되면서 유럽 내에서 조화로운 정보통신서비스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러한 달성의 장애물인 각국의 상이한 기존 규제체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계를 정립하고자 하였다. 새로운 규제체계의 주요 영역으로는 인가, 접근/상호접속, 주파수 관리, 보편적역무, 이용자·소비자 편익, 번호 및 주소, 경쟁, 규제기구 등으로 그 간의 종합적 논의결과는 2002년 채택된 6개의 지침(Directive)과 1개의 결정(Decision)으로 완성되었다.
이는 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전자커뮤니케이션 전 분야에 걸친 일관되고 단일한 규제체계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자커뮤니케이션이란 개념은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부문은 유럽연합의 규제체계에서 다루지 않는다.
새로운 규제체계는 6개의 지침의 유기적 적용을 통해 완성되지만 각 지침은 차별화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중심이 되는 규제프레임워크의 목적은 본 지침에서 열거된 조건과 Treaty 제46조(1)에 따른 제한사항(공공정책, 공공안전, 공공보건)에 따라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제공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규제프레임워크 지침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우선, 기존의 역무별 규제체계를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전자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계층별 수평규제체계로 전환함으로써 방송과 통신을 포함하는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조화로운 규제환경을 설정하고 영역별 규제원칙을 대신하여 일반 경쟁의 원칙을 적용한다. 주파수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객관성, 투명성, 비차별성,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주파수를 분배, 할당, 임대토록 한다. 한편, 시장획정과 시장지배력 측정을 통해 관련시장이 유효경쟁이 아닌 경우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보편적 서비스나 설비제공 등에 대한 특별규제의무를 부과한다. 위원회(Commission)는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및 전자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관련 표준과 세부사항(standards and specifications)을 공표하고 각 회원국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과 미디어의 다원성, 문화다양성을 증진을 위해 디지털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한다. 규제체계하에서 회원국 간 발생하는 분쟁은 신속히 해결한다. 회원국의 규제기구는 독립성, 불편부당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원칙하에 정립한다.
인가지침은 프레임워크 지침에 따라 용이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망과 서비스의 인가 규정과 조건을 간소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규제 최소화를 통해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통합(harmonized) 시장이 확립되고 사업자는 통지(notification)만으로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일반 인가를 통해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의 제공을 허용하고 주파수 이용을 관리하며 유럽공동체내 타 사업자와의 상호접속 협상권, 보편적서비스 제공자격을 부여한다. 특히 전자커뮤니케이션 망 또는 서비스의 제공자, 망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 콘텐츠제공자)의 구별없이 이 지침을 비차별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일반인가나 특정이용권에 부과되는 요건들은 유럽공동체 법령이나 공동체 법령과 조화되는 국가법령의 요구 사항이나 의무를 충족하는 필요수준으로 최소화되어야 한다. 일반인가와 관련하여 경쟁을 왜곡하거나 진입장벽이 아닌 행정요금(Administrative Charges)과 이용수수료(Fee)를 부과할 수 있다.
접근 지침은 프레임워크 지침의 틀 안에서 회원국들의 전자커뮤니케이션 망(electronic communications networks)과 관련 설비에 대한 접근 및 상호접속에 대해 일관성 있는 규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접근지침은 네트워크나 관련 설비에 대한 접근, 상호접속에 있어서 경쟁의 지속, 전기통신 서비스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 소비자 혜택 증진을 목표로 사업자들의 권리 및 의무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원국들은, 한 국가 안의 사업자들 간 또는 다른 회원국의 사업자들 간 국내법에 따른 접근 및 상호접속에 대한 기술적·상업적 협상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특히,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일관성 있는 규제 틀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통신부문에 국한되어 적용되어온 상호접속(interconnection)의 개념을 CAS, APIs, EPGs 등 방송영역까지 확대한다.
보편적서비스 지침은 유럽시민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효과적인 경쟁과 선택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이 유럽시민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환경들을 개선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지침은 이용자들의 권리를 정립하고 이에 상응하는 사업자들의 의무들을 규정한다: 보편적서비스 규제의 대상은 전자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와 전자커뮤니케이션서비스들로 보편적서비스 규제의 범위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각국의 실정에 맞게 규정한다. 단, 보편적서비스 보전은 시장왜곡 최소화 원칙(Least Market Distortion)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 지침은 5대 지침으로 구성된 새로운 규제프레임워크를 보완하며 모든 사업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전자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서비스를 제공할 권리, 전자커뮤니케이션 망을 확장하거나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침은 전자커뮤니케이션 망과 서비스에 대한 배타적, 예외적 권리를 폐지, 객관성·비차별성·투명성·비례성 절차에 의한 주파수 이용권 부여, 수직적 통합구조를 가진 전자커뮤니케이션 망 제공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행위 금지, 비례의 원칙 및 시장왜곡 최소화 원칙에 따른 보편적역무 분담, 경쟁저해적 제한의 완화대상을 타 서비스와 망에 대해 확대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보호 지침은 회원국들의 규정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전자통신 분야에서 개인정보의 처리와 관련하여 특히 프라이버시 권리를 포함한 동등 수준의 기본 권리 및 자유를 보장하고, 공동체내에서 전자통신 장비 및 서비스와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이전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제체계는 녹서(’97) → 리뷰(’99) → 지침(’02)이라는 단계적 접근 및 진행을 통해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융합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아가고 있는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통해 일반적 틀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과 국가적 특수성의 인정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확인 및 구분이 가능하였고, 제안부터 지침의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규제체계의 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왔다고 하겠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제체계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교훈은 지침의 내용과 더불어 지침의 발표에 이르는 과정이라 하겠다. 유럽의 규제체계는 유럽차원에서 국가 장벽을 허물고 통합된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시장의 형성과 단일화된 규제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융합환경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객관성, 비차별성,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간소화·최소화를 지향한 규제조항들은 융합환경에 적합한 규제체계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25개 회원국의 이해가 상반될 수 있는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회원국의 합의와 수용을 이끌어 낸 유럽연합의 논의과정 역시 우리에게는 매우 교훈적인 부분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온 기간도 어느덧 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이슈와 문제제기, 논쟁이 있었고 현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규제체계에 대한 의견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지침 발표 후 3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나마 위안이라면 우리에게는 이행의 기한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토론과 공청회, 컨설팅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이룩해낸 유럽연합의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1) 유럽공동체 차원의 최초 통신정책은 1983년 6월 집행위원회(Commission)가 이사회(Council)에 “통신에 관한 공동체 행동 프로그램(Community Action Program on Telecommunications)"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정보기술과 통신분야에서의 표준화, 유럽공동체 차원에서의 연구개발 등에 대한 결정 등이 내려졌고, 1987년 집행위원회는 “통신서비스 및 장비를 위한 공동시장의 발전을 위한 녹서”를 발행하면서 유럽공동체의 통신정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 녹서에는 기본통신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통신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유럽차원의 통신표준을 설정해야 하며 경쟁적 사업자들에게도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