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눈은 사물을 보고 뇌는 동시에 그것을 기억을 하지만 보는 것과 기억은 제한적이고 무한하지 않다. 그러나 감시카메라인 CCTV는 보는 범위와 기록을 보다 크게 확장한다. 그것은 초상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나 에 관한 영상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규모조차 측정 불가능할 민간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는 틈만 나면 유출 사고가 나며 피해는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영상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 것을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 소유인 작은 가게의 내부에서부터 공공 도로에 까지 그것을 설치하는 주체는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시자의 대열에 동참하거나 지지를 보낸다. 은행, 관공서, 교회, 동네 가게 대형 쇼핑몰, 아파트, 차량, 현관 앞, 놀이터, 학원, 지하철, 주차장, 공공시설, 학교, 호텔, 직장 등등..
무엇이 한국에서 감시카메라를 확산 시켰을까?
1) 권리와 의무의 강박감
-“개인은 자신과 재산 보호를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개인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CCTV는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싶은 심리는 도발적인 강력사건의 여파 등으로 배가되는 것 같다. 멀리 있는 경찰 보다는 감시기계를 곁에 두어 안전을 도모하고 싶은 것은 이해 못 할바가 아니다. 물론, 경찰도 자신의 의무를 쉽게 처리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의 끔찍한 범죄에 대한 예방책으로 여성부는 놀이터에 CCTV 설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2) 감시의 눈은 나에게가 아니라 너를 향할 뿐이다.
-“CCTV를 설치 한다는 것은 감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CCTV를 지지하는 것도 날 감시해달라는 의미 보다는 나 말고 너를 감시해 달라는 의미가 더 크다. 즉, 내가 널 감시하는 관계가 성립된다. 그런데, 개인은 스스로 감시대상자가 될 수 있음을 소홀히 생각한다. 자신의 인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착시는 결국 모두의 인권을 위태롭게 한다.
-“CCTV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내 영상정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CCTV에 찍히고 그 영상이 기록되는 순간부터 인권침해는 발생하는 것이다. 유출에 의한 피해는 2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단한번의 유출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할 수 있다.
3) 선택 가능한 경제성이 있다.
-“감시카메라 가격이 싸졌다” 정확히 말하면 저장 장치의 변화(자기 테이프에서 디지털 저장기기로)와 가격하락으로 초기 구입비용 및 유지비용이 저렴해 졌다.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싼 제품들도 많아 졌다. 디지털저장장치 DVR은 한국이 주요 수출국이며 기술도 뛰어나다. 더구나 경찰을 늘리거나 경비원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5년 전에 CCTV에 관한 검색을 하면 중국 관영 TV와 비슷하게 검색 결과에 나왔지만 지금은 CCTV 판매회사 정보가 주류를 이룬다. 사업체들은 더 많은 고객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한다.
4) 하나의 영상으로 이해한다.
- “CCTV는 영상물로 흥미로운 매력이 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개인 동영상이 넘쳐 나고 있으며 CCTV 영상은 주요 방송매체에서도 인용된다. 그것은 때때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영상을 제공한다. 범죄자들을 포착하기도 하며 비리를 폭로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것은 강력한 공익적 혹은 상업적 흥미유발 기제가 된다.
- “CCTV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져 가고 있다.” 웹캠 혹은 화상회의와 같은 영상매체들은 서로를 향하는 양방형의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제 삼자가 그 영상을 보는 시점은 CCTV를 바라보는 관찰자(감시자)와 유사한 시각을 선사한다. 영상휴대폰과 CCTV는 분명 다르지만 유사한 기능을 하기도 한다. 카메라의 방향을 나에서 주위로 돌려보자. 걸어 다니는 CCTV 아닌가? 보는 것에 익숙한 개인은 CCTV도 볼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 일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다고 알려진 영국의 경우는 아예 ‘빅브라더’라는 상업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즐거움, 관음’을 제공하다. '오프 더 레코드,효리'에서 이효리는 사생활을 엿보는 프로그램은 어떤가?
우리는 감시기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감시카메라는 가능하면 없는 것이 좋다. 사람에게 추적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설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엄정한 법적, 기술적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보의 양이 급증하면 통제력을 상실할 확률이 높아진다. CCTV 관련 기술은 계속 발달하고 있다. 영상안의 사람을 검색하는 기술이나 카메라의 네트워크화도 발전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국의 CCTV의 영상 정보를 인터넷처럼 검색 할 수 있는 기반이 가속화 될 것이다. 현재의 IP 카메라 기술은 이미 그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감시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최근 경찰청에서는 범죄,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위해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미국정부 소유의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 휴대폰 의무화, 어린이에게 RFID(전자추적표)부착 하겠다고 한다. 내가 쓰는 휴대폰에 그 기능이 있든 없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자비를 들여 추적기 부착을 강권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인 생각이다.
- “불안 심리에 편승한 공권력은 부화뇌동 보다는 수사 기본에 충실해야”
최근 일어난 어린이 대상 사건은 CCTV, RFID라는 전자추적표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찰이 초기에 수사를 잘했다면 그 어린이들은 희생자가 되지 않았었다. 자신들의 과오를 다른 것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다. 전 사회를 감시기계를 도배해서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인권을 위축 시키고 불신과 감시대상자들로 충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온당치 않다. 백골단을 부활시켜서 평화집회를 위협하기 보다는 순찰을 강화하고 수사 기본을 지키는 것이 보다 더 시급한 일이다.
정보인권국장 김영홍 08.3.31
작년, 1년간 쉬었었고 올해 3월 복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