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참여를 가로막는 낡은 선거법으로 인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총 7만건의 게시물이 삭제되고 1천명의 네티즌들이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실명확인 시스템을 강요하는 선거법 조항은 수십 개의 영세 인터넷 언론사들로 하여금 댓글이나 독자 참여 게시판을 닫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담당 판사조차 현행 법률로는 불법일 수밖에 없긴 하지만 죄라고 하기에는 곤란하다며 선고유예 결정을 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현행 선거법의 문제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민행동을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선거법의 독소조항들을 삭제해달라는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과 청원서 주요 내용입니다.

○ 기자회견문 ○

‘유권자의 선거참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3대 독소조항’ 즉각 폐지하라!

선거일 180일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를 금지하는 초강력 규제조치로 인터넷 정치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인증제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네티즌의 참여가 위축되어 온라인에서 제대로 된 공론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후보자비방’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에 매여 선거 기간에 후보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원천봉쇄를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진정 어둡고 암울했던 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 민주화가 된 세상이 맞습니까?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이고,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라고 하면서 막상 선거기간에 유권자는 선거에 참여할 수가 없으니 과연 이 나라를 민주국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선관위마저 인정하는 선거법의 문제점을 국회가 외면하는 사이 선거법의 독소조항으로 형사 입건된 네티즌이 수백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 정치 토론방에 의견을 개진하고 삭제당한 UCC가 7만 6천 건이 넘습니다. ‘겁이 나서 이제 인터넷에 글 안 올린다’는 네티즌이 부지기수이고, 형사입건이 된 분들은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니면서 ‘다시는 선거 참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진정 범죄자입니까?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후보 지지, 반대 의사표현을 막고,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하여 사실상 후보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통제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일입니다. 또 인터넷 언론의 실명인증제 도입 의무화는 사전 검열을 강화하여 정치 참여를 위축시키고, 비판과 토론의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반민주 악법입니다. 폐지해야 마땅합니다.

선관위도 선거법을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개정 의견을 내놨고, 선거법을 재판을 맡았던 일선 판사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퇴색시킬 것을 우려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아직 국민을 버린 것이 아니라면, 이제 국회는 선거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총선 경쟁에 앞서 각 정당은 ‘유권자의 선거참여와 표현의 자유 확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하루 속히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각 정당이 힘을 모아 시대착오적인 선거법 때문에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는 네티즌의 구제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2월 국회에서 각 정당이 선거법 개정에 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만약 17대 마지막 국회에서까지 선거법 개정을 외면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 당은 4월 총선에서 피할 수 없는 국민의 저항과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2008. 1. 30
제 시민사회단체, 인터넷 언론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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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원문 ○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에 관한 청원

본 청원안은 선거운동의 방법, 기간, 내용 등의 규제를 통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언론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 자료가 국회 내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공직선거법 개정 등의 입법 과정에서 적극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 청원 취지

○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를 금지하고,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인증제 도입을 강제하며, ‘비방’이라는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표현을 들어 정치적 의사표현과 비판까지 위축시키는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음. 이에 유권자의 선거참여와 표현의 자유를 확대, 고양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자 함.

○ 현행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를 금지토록 하여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 경찰, 검찰 등 이 법의 집행기관들은 오늘날 가장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정치 표현을 행정 편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아 과도하게 법을 해석, 집행하고 있음.

○ 한편, 공직선거법 251조는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에 대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음. 하지만, 일반인은 ‘비방’의 의미가 모호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비판행위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사실상 후보에 대한 평가 일체를 규제당하고 있는 실정임. 또한, 명예훼손의 경우는 형법에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함.

○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인증제 도입은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여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제한하고, 정치 참여와 비판의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반민주적 제도임.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실명인증제 도입으로 유권자의 의사표현이 위축되어 인터넷 공간에서 제대로 된 공론이 형성되지 않고, 알권리마저 침해를 당하는 것이라 하겠음. 아울러 언론기관의 본질적 기능의 하나인 토론과 의견수렴, 여론형성 등의 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이에 시민사회단체들과 인터넷 언론은 다음과 같은 입법청원을 추진하고자 함.
- 공직선거법 82조 6항, 선거 시기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인증제 도입 폐지
- 공직선거법 93조 1항, 선거일 180일 전부터 지지, 반대 의사표시 금지 및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금지 폐지
- 공직선거법 251조, 선거 시기 포괄적인 후보자 비방죄 적용 폐지

▣ 주요 골자

1. 인터넷실명제 도입과 과태료 부과․징수 관련 조항 삭제
2. 사전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하는 선거법 93조 1항과 그에 따른 처벌 조항 삭제
3. 자의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유권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포괄적 의미의 후보자비방죄 삭제